태산뉴스 김준수 기자 | 맑고 투명한 비취색의 ‘고려청자’와 깨끗하고 단아한 백색의 ‘조선백자’ 사이 탄생한 독창적인 도자 양식 ‘분청’의 오늘날 이야기가 눈앞에 펼쳐진다.
한국도자재단이 4월 10일부터 8월 17일까지 경기도자미술관 제2·3전시실에서 경기도자미술관 기획전 ‘오늘, 분청’을 개최한다.
분청사기는 ‘분장 회청 사기’의 준말로 ‘회청색 사기에 백토로 분장한 도자기’라는 뜻이다. 조선 초기 약 200년간 제작됐으며 자유로운 형태와 대담한 기법, 서민적 정서와 해학적인 표현으로 ‘가장 한국적인 도자’라고 평가받는다.
이번 전시는 한국 도자의 전통을 계승하면서도 동시대 작가들의 시각에서 재조명한 현대의 분청 작품 전시를 통해 그 예술적 가치와 무한한 가능성을 탐색해 보고자 기획됐다.
전시에는 곽경태, 김대훈, 김상기, 김상만, 김정우, 김진규, 김찬미, 박성욱, 박정민, 변승훈, 신상호, 연호경, 윤주철, 윤준호, 윤호준, 이강효, 이금영, 이수민, 이용무, 이재황, 정영유, 정용욱, 정재효, 차규선, 최성재, 필 로저스, 허상욱 등 20대 신진 작가부터 70대 원로 작가까지 다양한 세대의 도예가 27명이 참여해 현대 분청의 경향과 개성을 담아낸 작품 100여 점을 선보인다.
전시는 ▲1부 ‘분청의 속내’ ▲2부 ‘분청의 표정’ ▲3부 ‘분청의 몸짓’ 등 총 3부와 ▲에필로그 ‘분청의 숲’으로 구성된다.
1부 ‘분청의 속내’에서는 현대 분청 작품을 통해 풀어낸 현대인의 삶과 사회, 사상과 미의식에 대해 이야기한다. 2부 ‘분청의 표정’에서는 현대 분청 작업에서 구현된 조형 요소에 집중해 작품의 독자적인 면모를 탐색한다. 3부 ‘분청의 몸짓’에서는 작가들의 행위를 통해 형성된 작품의 표현 양식과 움직임을 살펴본다. 에필로그 ‘분청의 숲’에서는 한국인의 미의식에 깊이 자리한 ‘자연’을 주제로 도자 회화 작업과 분청 기법을 응용한 작품들을 선보인다.
주요 작품으로 미술관 로비에서는 한국 현대도예의 흐름을 형성한 원로 도예가 신상호(1947년생)의 ‘아프리카 시리즈–헤드’와 신진 작가 정용욱(1998년생)의 ‘흔적’이 함께 전시된다. 두 작품 모두 분청 양식을 통해 ‘인간’을 탐구하는 작품으로 50여 년의 세월을 뛰어넘어 계속되는 작가들의 고민과 세대를 잇는 예술의 여정을 느껴볼 수 있다.
2층 로비에서는 변승훈 작가의 대형 분청 설치작업 ‘대들보를 올려라’(세로 3.8m, 가로 5.3m)가 공개된다. 이 작품은 2008년 화재로 훼손된 숭례문의 형상을 ‘無(무)’의 문자 형태와 결부해 표현하며 역사적 상처와 재건의 의미를 담아냈다.
이외에도 코로나 시기에 수집된 잡지나 기사글을 전사 기법으로 새겨 인간의 무분별한 개발과 환경 파괴 등의 문제의식을 조명하는 김대훈 작가의 ‘여섯번째 터널’부터 독일 아우구스트 2세의 도자기 방을 작가의 도자에 대한 열정에 빗대어 표현한 김정우 작가의 현대 철화분청 작품 ‘철화의 방’ 등 다양한 작품을 통해 무궁무진한 분청의 세계를 만나볼 수 있다.
특히 2020년 작고한 영국 도예가 필 로저스(Phil Rogers)의 작품도 함께 전시돼 한국 분청이 지닌 세계적 위상과 예술적 가치를 한층 더 깊이 있게 살펴볼 수 있다.
이와 함께 전시 기간 경기도자미술관 2층에서는 전시 연계 교육·체험 프로그램이 운영된다. 인화문·조화·박지 기법 등 분청의 분장 기법을 활용한 ‘나만의 분청 도자기 장식하기’부터 전시 참여 작가인 ‘이수민 작가와 함께하는 미니 항아리 소금 단지 풍수 도자기 장식하기’까지 다양한 프로그램을 무료로 즐길 수 있다.
전시 관련 자세한 내용은 한국도자재단 누리집(kocef.org) 또는 경기도자미술관 누리집에서 확인할 수 있다. 한편, 삼화페인트는 이번 전시의 색상 제안과 함께 친환경 페인트를 후원했다.
최문환 한국도자재단 대표이사는 “분청은 한국 도자의 역사 속에서 독창성과 실험정신, 생활 속 정서가 담긴 소중한 유산”이라며 “시대를 넘어 이어지는 이번 전시를 통해 많은 분들이 오늘날 분청이 지닌 예술적 가치를 살펴보고 앞으로 나아갈 무한한 가능성과 미래를 함께 그려보길 바란다”라고 말했다.